[안데르센] 고독한 오리새끼
동화계의 넘을 수 없는 거장, 안데르센
어린 시절의 안데르센의 동화를 읽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인어공주⟫, ⟪눈의 여왕⟫, ⟪백설공주⟫, ⟪발가숭이 임금님⟫, ⟪미운 오리새끼⟫, ⟪성녕팔이 소녀⟫ 등 그는 평생 156편의 동화를 썼죠. 저도 어린 시절 그의 수많은 동화를 읽으며 공상의 세계로 빠져들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벌거벗은 임금님⟫ 수록 삽화
안데르센은 독창적인 작가가 되려는 게 꿈이었습니다. 평생을 시, 희곡, 소설, 여행기를 썼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보잘것 없는 것’이라 여겼던 동화에서 이름을 크게 떨치게 되었죠.
자, 그럼 아이들의 동심을 울리던 동화 작가의 성생활. 더욱 궁금해지는데요. 바로 타임머신을 타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러 떠나보죠.^^
슝~
Q. 안녕하세요. 안데르센 씨. 타오러브 에디터 삼사라입니다. 동화책 표지에서만 읽던 이름을 실물로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살면서 대 동화작가님을 보게 될 줄이야… 가슴이 뛰네요.
안데르센: 저야말로 흥분되는군요. 미래에서 오셨다고 하는데, 미래의 후손들도 제 책을 읽어준다니 저야 말로 영광입니다. 자, 여기 제가 아끼는 홍차와 비스킷도 있으니 천천히 드시면서 하세요.
Q. 앗, 감사합니다. 비스켓 하나하나 마다 포장지까지 싸매져있군요. 이렇게 섬세하고 배려심이 넘칠 줄이야… 역시 동화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닌 것 같네요. 그럼 바로 인터뷰 질문으로 들어가볼게요. 안데르센 씨의 자서전을 보면 “나의 인생은 유복하고 행복에 찬 한편의 아름다운 동화였다”라고 나오는데요. 제가 자서전을 아직 읽지 못했는데, 안데르센 씨의 어린 시절부터 좀 들어보고 싶네요.
안데르센: 자서전의 말처럼 제 삶은 한 편의 동화였죠. 비극으로 시작했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니 동화라 부를 수밖에요. 하지만 처음부터 제 삶이 아름다운 건 아니었지요.
저는 덴마크의 오덴세라는 작은 빈민굴에서 태어났습니다. 집은 단칸방이었고 부친은 구두수선공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열한 살 때 병으로 돌아가셨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있었지만 동네에서 미친사람이란 취급을 받을 정도로 정상은 아니었어요. 저 또한 가정 생활의 영향인지 친구도 거의 없었고요. 저는 제가 만든 장난감으로 혼자 시간을 보내곤 했죠.
전 제 아름다운 목소리로 계집애라고 의심 받은 적도 있었는데요. 같이 일하던 직물공장 공원들이 멋대로 제 바지를 벗기기도 했죠.
Q. 저런… 상처가 컷겠어요.
상처라니요. 작가에게 상처는 좋은 글감이 되지요. 어쨌거나 저는 14살 때 보자기 하나를 들고는 코펜하겐으로 떠났어요. 그곳에서 제 평생을 후원해줄 요나스 콜린 씨를 만나게 되죠. 그는 제가 노래 할 수 있도록 노래와 춤 레슨을 받게 해줬어요. 정말 감사한 분이죠.
하지만 노래보다는 글쓰기의 욕망이 점점 커지더라고요. 17살 때 처음으로 쓴 단편소설 하나가 작가의 길로 안내했습니다. ⟪호르멘 운하에서 아마겔섬 동쪽까지의 도보여행⟫이란 글이었죠.
이후 ⟪즉흥시인⟫, ⟪동화집⟫을 발표하고 나니 이전까지의 열등감이 잊혀지더라고요. 가난과 추한 용모. 어쩌면 이것들이 작품활동을 지속하게 된 원동력이라 볼 수 있었죠.
Q.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보면 키도 훤칠하시고 몸도 좋으신데, 성공과 부도 얻으셨으니 따르는 여성들이 많았을 것 같아요.
안데르센: 따르는 여성이라… 물론 제 인기가 더 커졌을 때는 여러 나라의 궁중 빈객으로 환영받긴 했지요. 하지만 저를 따랐던 여성은 한 명도, 단 한 명도 없었어요.
Q. 아니, 안데르센 씨 정도면 충분히 매력적이었을텐데요. 그럼 안데르센 씨가 좋아했던 여성은요?
안데르센: 저는 인생을 통틀어 문란한 성 생활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물론 사람인지라 때론 욕정에 들끓어 멋대로 글을 휘갈려 쓴 적은 있지만요.
“욕정이 끓어 오르고 있다. 나는 지금 그것과 싸우고 있다.
아직도 순결을 지니고 있는데도 피가 끓고 있다.
반 미칠 것만 같다.
아내가 있는 자나 약혼중인 치들은 복많은 놈들이다.”
-1834년, 나폴리에서 쓴 일기 중 -
하지만 제게도 가슴을 설레게 한 세 명의 여인은 있었군요. 물론 세 명 모두가 제게는 연정을 품진 않았지만요.
리보아 보익트. 친구의 여동생이었던 그녀의 나이는 스물 네살이었어요. 그녀에겐 약혼자가 있었지만 사모하는 제 마음을 가둘 수는 없었어요. 저는 마음을 열렬히 표현했고 그녀 또한 제게 호의를 보이는 듯했지만, 그뿐이더라고요. 하지만 먹먹해지는 마음은 너무나 큰 슬픔이었어요. 지금도 제 아뜰리에 서랍장에는 리보아에게서 온 편지가 보관돼 있고요.
두 번째로 제 마음을 훔친 여자는 루이즈 콜린. 제 평생 후원자인 요나스 콜린의 딸이었어요. 처음엔 리보아에게서 받은 실연의 상처를 위로 받고 싶어 다가갔는데, 오 맙소사. 그녀의 해맑은 눈동자, 투명에 가까운 살갗, 윤기가 흐르는 갈색 긴 머리는 너무나 눈이 부셨어요. 하지만 그녀 또한 젊은 변호사와 약혼하며 제 곁을 떠나버렸죠.
1843년, 그러니까 제가 서른 아홉이 됐을 때 예니 린드가 앞에 나타났어요. 그녀는 회색 눈을 가진 키가 큰 미인이었죠. 저는 줄 수 있는 모든 시와 선물을 그녀에게 전했고, 마음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어요. 2년 뒤인 45년. 저는 그녀와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기 위해 베를린 여행을 떠났지만, 그녀에게 초대받진 못했죠. 그녀에게 제 존재는 그냥 형제나 친구 정도 쯤이었을거예요. 결국 그녀 또한 다른 남자와 결혼하게 되는 걸 지켜보면서, 남은 여생에 더는 여자가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더라고요.
안데르센의 마음을 훔쳤던 예니 린드
에디터님께 뭔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는데, 그렇질 못해 미안하네요. 다른 작가들은 생생하죠?
Q. 아니에요, 안데르센 씨. 지금 이야기도 충분히 흥미로워요. 이어질듯 이어지지 못하는 사랑에 애틋하면서도 애처로운 한이 느껴지네요. 그럼 작가님은 성생활은 어떻게 해결하신 거예요?
안데르센: 별 수 있나요. 참고 참고 참다가 폭발하면 자위 행위를 할 뿐이죠. 사랑받고 칭찬받고 싶었지만, 아무에게도 받질 못했으니 말이죠.
Q. 아아. 만약 작가님이 현시대 사람이었다면 <타오러브>에서 알려주는 수많은 성 수련으로 많은 도움이 됐을텐데요.
안데르센: 지난 번 동료 작가에게 듣긴 했어요. 하지만 제 운명은 기구하고 외로운 팔자인가봐요. 그런 면에서 제 작품 중 하나인 ⟪미운 오리새끼⟫가 가장 유명해진 것도 어쩌면 제 지난 삶을 투영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군요.
에디터님, 그거 아세요? 미운 오리새끼는 어려서부터 따돌림 당했고, 추한 모습으로 미움 받았지만… 끝은 해피엔딩이었어요. 나중에는 흰 아름다운 백조가 되어 하늘을 펄펄 날아다니죠.
지금도 날고 있지요. 덕분에 이렇게 에디터님과 오손도손 이야기도 나누고 있고요.
그러고 보니… 인터뷰 끝나고는 일정이 어떻게 되시나요? 제 지인 중 한 명이 극찬하는 위스키가 있는데, 방에 가서 한 잔 하실래요? ^^
Q. 아닙니다. 작가님. 제가 위스키를 좋아하긴 하지만~ 바로 돌아가야 하거든요. 돌아가서 신문도 읽어야 하고, 아홉 시 뉴스도 봐야 하고, 엄마 흰 머리도 뽑아줘야 해서요.
제게는 아주아주 중요한 일이랍니다.
그럼 저는 이만.
안데르센: 아, 아니 저기. 그러지 말고…
Q. 홍차 잘 마셨고요. 제가 얼른 돌아가서 ⟪미운 오리새끼⟫에 평점 만점으로 평가 올릴게요. 작가님 작품만은 최고, 아니 작가님은 최고예요. 응원합니다.
휴~ 살았네요.
여러분 그거 아시나요? 안데르센은 양성애자였다는 사실.
그에겐 아주 깊은 우정으로 사귀던 세 사람의 남자 친구가 있었죠. 요나스 콜린의 아들 에드발트 콜린, 독일에서 만난 바이마르 세습공, 덴마크인 발레 댄서 하럴드 살프가 주인공이에요.
안데르센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으며, 사귀지도 않았다고 하네요. 심지어 평생 한 번도 성관계를 하지도 않았죠. 어쩌면 이 부분에서 안데르센은 동화 작가의 적임자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미운 오리새끼⟫ 수록 삽화
어떻게 즐거우셨는지 모르겠어요.^^
그럼 저는 다음 시간에 또다른 성고수를 만나 여러분과 찾아뵙겠습니다.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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